ENAN

Developer, Artist, Traveler

일기

2020 회고

ENAN 2020. 12. 31. 04:02

올해의 시작은 무더운 여름이었다. 한번도 해외에서 새해를 맞은 적은 없었는데, 심지어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맞는 새해라니! 특별한 한 해가 될 것 같았다. 그 때는 세상이 이렇게 병들 줄은 꿈에도 몰랐지..

아직도 그 추억에 살고 있는 터라 믿기진 않지만, 어쨌든 시간은 흘러서 벌써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 도착했다. 다사다난했던 지난 1년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나름대로 회고를 남겨 보려고 한다.

뭘 했다고 회고를 쓰지?

사실 회고를 쓰는 것이 겁났다. 작년에도 쓰고서는 그대로 지웠다. 분명 이리저리 열심히 뛰긴 했는데, 막상 돌아보면 멀리 오지 못한 내 모습을 마주하기 싫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나름대로 고생한 나를 알아주기 위해, 또 내년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부끄럽지만 회고를 해 보자.

1년 동안 한 것

  • 상반기

    • 남미 여행 :

      모은 돈을 털어서 남미 여행을 다녀왔다. 살면서 가장 잘 한 일중 하나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고, 많은 추억을 쌓았고, 많은 생각을 했다.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마음을 비우고 복잡했던 머릿속을 정리했다. 개발이 내 길이 맞는지,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와 같은 재미없는 질문들에 천천히 답을 정해 봤다. 생각 할 시간과 더불어, 새로운 환경에 놓여 보는 게 묵혀둔 고민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안드로이드 인턴 :

      휴학을 하고 약 6개월 동안 안드로이드 개발 인턴 경험을 쌓았다. 진짜 아무것도 몰랐던 터라 정말 많이 배웠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개발 면으로나 개발 외적으로나 많이 성장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앞으로 어떤 부분을 채워나가야 할 지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 크롤링 과외, 외주 :

      인턴 하는 동안, 잠깐 돈독이 올라서 퇴근 후에나 주말에 가끔씩 크롤링 과외, 외주를 했다. 덕분에 큰 무리없이 비싼 맥북을 사고, 친구들 밥도 많이 사주고, 처음으로 부모님께 돈을 드려도 봤다. 지금 생각하면 인턴 월급으로도 충분했고 공부나 더 했으면 싶지만. . 생각해보면 얻은게 돈이 다는 아니었다. 주로 직장인 분들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별 거 아니라 생각했던 기술이 얼마나 많은 분야에서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지 느꼈고, 운 좋게 좋은 인연도 얻었다. 모든 경험에는 저마다의 가치가 있는 것 같다.

    • 운동 :

      인턴 하던 회사가 출근이 자유로운 편이어서, 아침에 헬스를 다녔다. 매일 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주 3~4회 정도는 다녔고 확실히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좀 더 열심히, 꾸준히 했다면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겠지만 나는 나태했고, 결국 퇴사와 동시에 불규칙해진 생활 패턴을 잡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었다. 그래도 12월 들어서는 다시 러닝을 시작했다. 군대에서 뜀걸음 했던 느낌으로 3키로씩 뛴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일어나서 문 열기까지가 제일 힘들다. 운동 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을까?

  • 하반기

    • 첫 앱 출시 :

      첫 안드로이드 앱 '로드라인' 을 출시했다. 모바일 프로그래밍 수업 때 진행한 팀 프로젝트로, 여행 계획/기록 앱이다. 여행 루트를 3가지 형태(1자, ㄹ자, 지도)로 보여주고, 가계부와 사진첩 기능을 제공하는 심플한 앱이다. 처음으로 기획, 개발, 출시까지 마친 프로젝트라 개인적으로 갖는 의미가 크다. 같이 고생한 팀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그런데 젠장 이 앱을 쓸 날이 언제쯤 올까

    • 블로그 다시 시작 :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다. 전역 직후에 열심히 썼지만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는 느낌에 금새 식어버렸는데, 어느날 보니 갑자기 방문자 수가 100명을 찍고 있었다. 누군가 봐준다고 생각하니까 자연스럽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광고를 달기 시작했고, 이제는 종종 200명도 찍고 있다. 그렇게 9월부터 4개월 동안 약 10달러가 모였다. 좀 더 열심히 썼어야 하는데.. 치킨 한마리도 못먹는 돈이지만 그게 어디야! 돈이 된다는 것 자체가 충분한 동기가 된다. 애초에 목적은 내가 대가없이 배운 만큼 남에게도 알려주려는 건데 그게 돈이 된다니 이미 행복하다. (그래도 광고는 한번씩 눌러주세요)

    • 카카오 면접 탈 :

      카카오 신입 개발자 블라인드 채용 - 1차, 2차 코테를 통과하고 1차 면접까지 경험했다. 아직 졸업도 못한 처지라 코테 경험을 쌓으려는 목적이었지만 예상외로 1차 면접까지 가게 되었고, 헛된 기대를 품기 시작함과 동시에 떨어졌다. 오히려 잘 된 일이다. 미리 떨어져 보면서 예방주사도 한대 맞은 느낌이고, 덕분에 자만을 떨쳐낼 수 있었다. 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 백엔드 스터디 시작 :

      백엔드 스터디 '행복한 백발자'를 시작했다. 목표를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정했지만, 백엔드 개발도 알고 싶어서 spring 공부를 하고 있다. 어느정도 진행이 되어서, 최근에는 클린 코드 책(하얀책)을 보면서 얘기를 나누고, 공부할 겸 '빵 예약 서비스'의 서버를 spring으로 최대한 깨끗하게 개발해보는 중이다. 여담으로, 스터디원들이 모두 취업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진심으로 축하! 졸업하고 따라갈게

    • 알고리즘 트레이딩 프로젝트 시작 :

      알고리즘 트레이딩 프로젝트를 드디어 시작했다. 발이 넓은 친구 덕분에 정말 똑똑한 형을 만나서 재밌게 프로젝트 진행하고 있다. 실패하더라도 좋은 경험으로 남을 것 같지만.. 아니 성공할거다! 부자가 될거야!

    • 스타트업 참여 :
      음악 플랫폼 관련 스타트업을 친구들과 진행하고 있다. 솔직히 나는 취업이 먼저다. 아직 내가 모르는 것이 많고, 훌륭한 개발자들이 많은 회사에서 무럭무럭 성장하는게 첫번째 목표다. 지금은 개발자로서 공부를 위해 참여하는거라고 미리 말을 해뒀다. 창업도 한 때 꿈을 꿨지만, 나는 내 인생 이상을 책임질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걸 몇번의 쓴 경험으로 깨달았기에 내가 가장 어울리는 곳에서 한사람 몫을 충분히 하련다.

하지 못한 것

올해 초에 계획했던 몇 가지 목표들이 있다. 1년 휴학을 가정하고 세운 계획이었는데 그 가정 자체를 못 지켰다.

  • 1달 1프로젝트 :

    터무니없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내가 인턴을 붙을 줄 몰랐다. 나름 틈틈이 진행해서, 계획한 프로젝트 중 개인 포트폴리오 페이지, 로드라인 앱 출시 두 가지는 지켰고 주식 프로젝트와 음악 플랫폼은 팀으로 진행중이다. 못 만든 프로젝트는 언젠가 꼭 한다..!

  • 여행 :

    내 올해 계획의 절반은 여행이었는데 '그 질병' 때문에 통째로 날아갔다. 결국 남은 건 한 학기 빠른 복학 . .

  • 여행 영상 만들기 :

    작년 대만 영상도, 올해 남미 영상도 컷편집 절반 정도만 하고 접어뒀다. 조만간 완성할 것!

  • 작곡 :

    참 애증의 취미다. 진짜 해보고 싶은데 취업을 앞둔 탓일까, 프로젝트를 너무 많이 벌린 탓일까 자꾸 공부와 개발만 하게 된다. 내년에는 그래도 틈틈이 해 보고 싶다. 유튜브만 줄이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리

올해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전환점' 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유독 변한 것이 많다.

  • 무난하게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던 삶 속에서, 처음으로 평범하지 않은 불확실한 길을 '선택' 했다.
    취업 준비를 뒤로 한 채 남미 여행으로 방학과 모은 돈을 다 태우고, 학교 공부 대신 휴학하고 인턴 경험을 쌓았다. 당연히 걱정했던 대로 취업은 한학기 미뤄졌고 돈도 공부할 시간도 많이 손해봤지만, 대신 아무나 쉽게 못하는 귀한 경험들 속에서 눈부시게 성장했다. 잃는 건 평범한 것들이라 아깝지 않았고, 얻은 건 희귀한 것이라 충분히 가치있었다.

  • 올해의 가장 큰 목표는 이것저것 다 해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개발 파트를 찾는 것이었다.
    방향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만 해서, 정작 돌아봤을 때 멀리 오지 못한 내 모습을 본 적이 많다. 이런저런 경험과 탐색을 통해, 이제는 안드로이드 개발자로서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 코틀린 멀티플랫폼의 발전에 베팅하고, 코틀린 스프링까지 모든 파트를 코틀린으로 개발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이제 방향이 정해졌으니 지금까지와 같은 속력으로 뛰면 속도는 몇 배가 되지 않을까?

올해에는 선택의 자신감, 확고한 목표 두 가지를 얻었다. 이게 남은 삶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바꿔 줄 지 기대가 된다. 어쨌든 이렇게 한 해를 돌아보니 그래도 많이 고생하긴 했구나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결국 결과물이 없어서인 것 같다. 씨만 실컷 뿌리고 수확을 하지 않은 느낌..? 내년에는 좋은 결과물을 많이 수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해동안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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